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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접어들면서 두 사람은 아무 때나 만나 를 교환했다. 상미 덧글 0 | 조회 352 | 2020-03-20 20:43:32
서동연  
가을로 접어들면서 두 사람은 아무 때나 만나 를 교환했다. 상미는 그에게 무선호출기를 선사했고, 생각날 때면 언제나 호출을 했다. 삐삐는 그를 움켜쥘 수 있는 고삐와도 같았다.『하루 종일 글씨만 쓰나요?』『안 되면 떼쓰는 거지, 뭐.』『쉬어 가면서 하지 그래!』저 언덕만 넘으면 지긋지긋한 산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방금까지만 해도 욕조에 누워 있던 여자가 언제 빠져나왔는지 그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여자는 그의 손에서 비누를 빼앗아들고 천천히 그의 등을 문질렀다. 그리고 자신의 전면을 밀착시켰고 두 팔을 그의 목에 감은 채 흐느적거렸다.『차 어디 두셨어요?』『우리 둘이서?』그래, 이런 놈은 확실하게 벗겨먹어도 탈이 없을 거야.『여길 어떻게?』작가들은 국장의 제의에 다분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이 궁금한 것은 계약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그런 의문을 품으면서 그녀는 그에게 건넬 첫 인사로 적합한 언어를 찾고 있었다.『그렇다면 의무?』씁쓸하게 파티장을 빠져나오던 일권의 어깨를 툭 치는 사람이 있었다. 이봉영이었다.일권은 그때 소미에게 넌지시 물었었다. 그녀의 말을 기정사실로 인정한 상태에서 보다 구체적인 은비의 생활을 알고 싶었던 거였다.그는 한장 한장 주워들고 새삼스럽게 감상했다. 벌써 수십 번도 넘게 들여다본 사진이었지만 볼수록 새로운 거였다.『모르긴 해도 지금이 그때보다 더 자유롭지 않을까요? 권력과 재력까지 겸비했는데 말릴 사람이 어딨겠어요.』『무슨 일인데요? 희수가 나한테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호텔로 가서 씻고 푹 쉴래요?』『걱정? 무슨 걱정을 해! 남편에 비하면 난 깔끔한 거야.』그 무렵 서해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다울 거란 메모도 추신으로 적혀 있었다.무슨 일이 있었을까?그로부터 삼십여 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상미는 떠났다. 아무 일도 치르지 않고 떠나간 것은 이례적이었다.『알고 있죠. 장례식 때 저도 참석했었으니까.』계속 이어지는 상미의 설명에도 일권은 도무지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녀만 쳐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희수는 더 이상 애원할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한국의 표준 남성이라면 이럴 때 망설임 없이 화랑도 정신을 발휘하고도 더 도와 줄 일 없냐고 물어올 텐데 이 남자의 반응은 너무 기대 밖이었다.어떤 용기로 이 남자를 따라나서게 됐는지 분명하지 않았으나 여기까지 와서 그의 온라인카지노 베개로 전락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꼴사나운 모습이었다. 허나 일이 어떻게 벌어지더라도 그의 책임은 없었다. 그녀가 먼저 그에게 오늘 밤 재워 주겠다는 제의를 건넸기 때문이었다.일권은 벌써 그녀의 기에 눌려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어떤 것들이 있죠? 난 향수를 써 본 적이 없어요.』그러자 여자는 남자의 제복을 훑어보며 맞장구 친다.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의 광휘(光輝)로운 시간이 가로놓여 있었다.『추우면 요트에 들어가 있어.』『차라리 견인당하는 게 안전해. 오륙만 원 내고 보호받는다 치지 뭐. 빨리 들어가자, 놓치겠어.』그가 간이의자를 내밀었다. 둘은 나란히 앉아 강물을 보았다.결국 방송은 전태식 아나운서의 순발력 있는 애드립으로 나가고 말았다.순간, 실내의 모든 빛이 소멸했다가 무대 벽면에 설치된 멀티비전을 통해 되살아났다. 청춘들의 아우성은 무슨 종교의식과도 같이 하나로 섞여 실내를 맴돌았다. 열두 개의 대형 화면에 지저스 크라이스트와 사탄의 형상이 회오리치더니 이내 은빛 로보트로 변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망연자실하게 트럭의 꽁무니를 바라보던 희수가 다시 아스팔트를 걷기 시작했을 때, 태양은 이미 지평선 너머로 떨어졌고 선홍빛 노을이 펄럭이고 있었다.기억의 파지율로 보면 벌써 휘발되어야 했을 그 기억들이 왜 그렇게 생생하고 오래도록 그를 사로잡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사랑 타령이나 할 줄 아는 시인으로만 생각했는데 매서운 발길질이며 급소만 골라 때리는 주먹 씀씀이가 보통 강력한 게 아니었다. 일권은 나중에야 그가 해병대 출신에 태권도 유단자란 사실을 들었다.『응, 집이 없으니까.』희수는 오프닝 멘트를 들으면서 자신이 쓰고 있는 원고지를 구겨 버렸다. 순간 줄창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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